유럽의 이슬람 국가 중 하나인 알바니아, 이 나라에는 지금도 "살인을 허용하는" 끔찍한 관습법이 존재합니다. 바로 15세기부터 이어져 온 '피해 복수(Blood Feud)'입니다. 가족 중 한 명이 살해되거나 폭행당했을 경우, 같은 방식으로 복수해야 한다는 이 전통은 현대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가정이 이로 인해 은둔생활을 하며, 아이들은 집 밖조차 나가지 못하는 현실. 그러나 이런 무거운 역사 속에서도 알바니아는 여전히 매력적인 여행지로, 평화롭고 따뜻한 자연과 사람들의 미소가 함께하는 곳입니다. 잊혀진 법과 현대의 일상이 교차하는 알바니아의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1. 살인을 용인하는 전통, 알바니아의 피해 복수 문화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충격적인 사실. 이 나라는 15세기에 제정된 관습법인 '카눈(Kanun)'에 따라, 지금도 살인을 용인하는 전통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피해 복수, 즉 'Blood Feud'. 이 법에 따르면, 가족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면 반드시 동일한 방식으로 복수해야 하며, 이 복수의 대상은 가해자 개인뿐 아니라 가문의 남성 전체로 확대됩니다. 말 그대로 ‘피에는 피로 갚는다’는 원시적 방식이 현대 알바니아의 일상 속에 잔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상을 통해 소개된 실제 사례 중 하나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한 남성이 아내를 폭행해 죽인 남성을 총으로 쐈고, 징역 5년을 살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가 두려워한 건 법이 아닌, ‘피해 복수’였습니다. 그는 출소 후 곧바로 고향을 떠나 시골 철창집에 은신했고, 그의 가족 전체도 함께 숨어 지냈습니다. 심지어 그의 자녀들은 수년째 집 밖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살고 있습니다. 이는 그들을 죽이겠다는 선언이 내려졌기 때문이며, 복수의 대상이 가문 전체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사례는 더욱 깊은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사소한 시비 끝에 발생한 칼부림으로 삼촌이 살해당하고, 30년 뒤 남편이 복수를 감행합니다. 이후 복수를 당한 그의 아들 세 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은 손자들만 남아 있습니다. 이 아이들 중 한 명은 태어나자마자 수상한 복수를 피해 집안에서만 자랐고, 학교조차 가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가족은 수류탄 공격을 받은 후 집 모든 창문을 콘크리트로 봉인하고, 유리창 하나 없는 폐쇄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990년대 공산정권 붕괴 후 다시 고개를 든 이 피해 복수 문화는 무정부적 혼란 속에서 알바니아 사회 곳곳으로 퍼졌고, 이후 약 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았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복수를 피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으며, 경찰과 정부는 이러한 비공식적 전통에 대해 사실상 무력한 상태입니다.
2. 극단의 문화와 함께 존재하는 평화로운 일상
무거운 이야기 속에서도, 알바니아의 현재는 복수만으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수도 티라나는 오히려 따뜻한 사람들, 저렴한 물가, 맛있는 음식과 함께 유럽에서 손꼽히는 숨겨진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영상 속 주인공 역시 현지의 심각한 사회문제를 조명하면서도, 그 안에서 발견한 매력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도심 속 풍경은 이국적이면서도 친숙했습니다. 반지하 상점, 벤츠 택시, 시장의 열기까지, 유럽과 아시아가 섞인 듯한 독특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여행자가 경험한 것은 "물가가 정말 싸다"는 점. 신선한 오렌지 1kg이 1500원에 불과하고, 스파게티와 그리스식 샐러드 한 끼가 약 만 원으로 충분했습니다.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은 뷰와 함께 맛본 식사는, 오히려 비극적인 관습법의 이면에 놓인 알바니아인의 삶의 여유를 상기시켰습니다.
렌터카를 빌려 외곽으로 나간 그의 여정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차량 상태도 좋지 않고, 길은 거의 오프로드 수준. 목적지였던 호수로 가는 길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뜻밖의 중세 마을 ‘크루여(Krujë)’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은 고성, 박물관, 전통시장, 돌길과 붉은 지붕의 집들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마을이었습니다. 시내 중심에는 전통시장도 열려 있었고, 밤 아이스크림과 젤라또 같은 색다른 먹거리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는 여유, 골목마다 아이들이 웃으며 뛰노는 모습, 무엇보다도 여행자의 존재를 환영하는 사람들의 미소는 알바니아가 단지 ‘피해 복수’라는 이름으로만 기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복잡한 역사와 문화가 혼재하는 이 나라는 여전히 변화의 길목에 서 있으며, 그것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3. 역설적 아름다움, 알바니아가 전하는 교차의 시선
알바니아는 역설적인 나라입니다. 유럽임에도 여전히 중세의 관습이 살아 있고, 국민의 대부분은 이슬람을 믿으며, 경제적으론 발전이 더딘 편이지만 생활 만족도는 높은 편입니다. 특히 여름 시즌이 되면 이 나라는 지중해 부럽지 않은 절경과 맑은 해변, 유럽 최저 수준의 물가로 유럽 내 ‘가성비 여행지’로 주목받습니다. 현지인들조차 “스페인의 이비자보다 더 아름답다”고 자랑할 정도입니다.
영상 속 여행자는 “이제는 한 나라에 너무 오래 머물기보다는, 짧고 인상 깊게 여행을 하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알바니아에서의 여행은 그에게 새로운 ‘스타일’의 전환점을 마련해 준 듯합니다. 거창한 관광지보다 소박한 일상과 마주치는 경험, 관광객이 아닌 이웃처럼 하루를 살아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묘미라고 그는 말합니다.
마지막 숙소는 하루 약 5만 원의 에어비앤비였는데, 깔끔한 시설과 충분한 공간, 주방과 냉장고까지 완비된 그곳에서, 그는 “사진보다 더 낫다”고 감탄합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평화로운 동네 풍경, 조용한 밤공기 속에서 그는 오늘 하루를 돌아봅니다. “정말 오길 잘했다”고, 그리고 “다시 오고 싶다”고.
비극적 전통이 공존하는 알바니아, 그러나 동시에 그 속에는 인간적인 온기와 따뜻한 환대가 함께 존재합니다. 마치 두 얼굴의 나라처럼 보이지만, 바로 그 이중성이 알바니아라는 국가의 본질일지도 모릅니다. 때론 잔인하고 때론 아름다운, 그 모순의 한 가운데서 여행자는 묵묵히 기록하고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