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는 유럽에서 가장 젊은 나라 중 하나로, 2008년 미국의 지지를 받아 독립을 선언한 신생국입니다. 발칸반도 한복판에 위치한 이 나라는 면적도 작고 인구도 적지만, 정치적 역사와 국제적 관계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존재입니다. 수도 프리슈티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행기에는 미국과의 특수한 관계, 정전이 잦은 현실, 물가가 매우 저렴한 일상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코소보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도 많아 여전히 분쟁과 외교 갈등이 존재하지만, 젊고 활기찬 이곳 사람들의 일상은 여전히 따뜻하고 평화롭습니다. 유럽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여정이 지금 시작됩니다.
1. 미국이 만든 국가, 코소보의 독립과 배경
코소보는 2008년 2월 17일에 독립을 선언한, 유럽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신생국입니다. 아직도 전 세계 약 절반 이상의 국가가 코소보를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한국은 이 나라를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르비아를 포함한 많은 국가는 코소보를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코소보는 여전히 '미승인 국가'의 위치에 놓여 있으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 수많은 난제를 떠안고 있는 나라입니다.
코소보의 독립은 단순한 분리 독립 운동이 아닌, 국제 정세 속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와 군사 개입으로 인해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1998년부터 1999년까지 이어진 코소보 전쟁은 세르비아 정부의 민족 탄압과 이에 저항한 알바니아계 무장세력 KLA 사이의 갈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NATO)가 인도적 개입이라는 명분으로 공습을 감행하며, 코소보 편에 섰고 결국 세르비아는 군대를 철수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미국은 코소보의 독립을 누구보다 빠르게 인정한 첫 국가였으며, 수도 프리슈티나에 미국 대사관을 개설하고, 정기적인 고위급 인사 방문을 이어왔습니다. 덕분에 오늘날 코소보 도심 곳곳에는 미국 대통령들의 이름이 붙은 거리와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조지 W. 부시 거리, 빌 클린턴 대로, 힐러리 클린턴 부티크 등의 존재는 미국과 코소보 간의 관계가 단순한 외교 수준을 넘어 거의 '우상화'에 가까운 관계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은 여행자에게 흥미로운 문화적 단서가 됩니다. 유럽의 한복판에서, 마치 미국 도시의 흔적을 보는 듯한 기이한 경험은 코소보 여행만의 특별함 중 하나로 남습니다. 미국의 영향력이 정치, 외교, 문화, 그리고 대중의 일상에까지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2. 저렴한 물가와 정전 속 일상, 코소보의 현실
프리슈티나의 아침은 ‘정전’으로 시작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예고 없이 전기가 나가고, 언제 다시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시민들은 각 가정에 비상등을 준비해두고 살아갑니다. 엘리베이터도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다 보니 타기를 꺼리게 되고,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도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상 속 여행자는 유럽에서 보기 드문 이 같은 불안정한 전력 시스템에 놀라워하면서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적응력과 여유로움을 인상 깊게 전합니다.
물가 또한 놀라운 수준입니다. 햄버거 한 개가 1.5유로, 콜라는 0.5유로밖에 하지 않으며, 현지 마트에서 파는 생수, 채소, 소시지, 치즈 등도 유럽 평균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럽의 중심부에 있으면서도 동남아보다 더 저렴한 생활비를 자랑하는 코소보는 배낭여행자나 장기 체류자에게 매력적인 목적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저렴한 물가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코소보의 산업 기반은 매우 약하며, 많은 국민이 해외 이주노동자 송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고용 시장도 충분하지 않고,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기엔 세수 기반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현실이 정전 문제, 공공 인프라 부족, 교육 및 보건 시스템의 한계로 이어지고 있으며, 시민들의 삶은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도시 외곽에서는 여전히 세르비아와의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부 도시 미트로비차에서는 2023년에도 무장 충돌이 발생했고, 세르비아계 주민과 알바니아계 코소보인의 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이런 민감한 지역 문제는 국제 정치의 이슈이기도 하지만, 코소보인들에게는 일상 속 불안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3. 젊은 나라의 매력, 그리고 복잡한 국경 문제
코소보는 나이로 보면 2008년생, 아직 청소년기인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국민들 역시 평균 연령이 30세 이하로 매우 젊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프리슈티나 도심 거리에는 트렌디한 카페와 노상 테라스가 줄지어 있고,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즐기며 여유를 부리는 청년들이 넘쳐납니다. 거리 곳곳에는 개와 고양이도 많고, 종교적으로는 95%가 이슬람이지만, 매우 개방적인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유롭고 활기찬 모습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국경 문제는 여행자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코소보에서 세르비아로 바로 국경을 넘는 것은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세르비아는 코소보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코소보에서 입국하는 것은 ‘세르비아 입장에서는 불법 입국’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영상 속 여행자도 세르비아 국경으로 향하려다 인터넷 정보에 따라 경로를 변경했고, 결국 북마케도니아로 향하게 됩니다.
이러한 점은 코소보를 여행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단순히 유럽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셴겐’ 지역이라 착각할 수 있지만, 코소보는 셴겐 조약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며, 인접 국가들과의 관계도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경로 계획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소보는 분명히 가볼 만한 나라입니다. 미국에 대한 감사와 애정을 거리 곳곳에 새긴 모습, 정전이 잦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밝고 여유로운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젊은 나라 특유의 역동성과 문화적 개방성은 유럽 속 숨은 보석 같은 느낌을 줍니다. 외교적으로도 민감한 국가지만,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묵묵하고 생기 넘치며, 그 진짜 얼굴을 보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발걸음을 옮겨볼 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