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은 객실을 보유한 호텔, 하루 1만 명 이상이 숙박하는 이곳은 놀랍게도 중국이 아닌 말레이시아에 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산속의 거대한 호텔, 그리고 그 속에서 경험한 극과 극의 숙박 체험. 초대형 호텔의 현실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1. ‘세계 최대 규모’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곳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 산중턱에 위치한 ‘퍼스트 월드 호텔’은 하루 수용 인원만 약 1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호텔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객실 수는 무려 7300개 이상. 이 숫자만 들어도 감이 안 잡히는 규모입니다. 일반적인 고급 호텔들이 300~500개 수준이고,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호텔인 시그니엘조차 200여 객실 수준인 걸 생각하면 이곳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호텔에 도착하기까지도 마치 하나의 관광 코스 같습니다. 버스와 케이블카를 이용해 산을 오르는 여정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소규모 어드벤처에 가깝습니다. 체크인 전부터 벌써 수백 명의 사람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죠.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이 호텔은 내부에 카지노, 테마파크, 쇼핑센터, 마사지 샵 등 온갖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어 마치 하나의 독립된 도시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크기’만으로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방을 배정받기까지 한참을 헤매야 했고, 객실 번호 12756호에 도달하려면 수많은 엘리베이터와 복도를 지나야 했습니다. 지도조차 없어 체크인 후에도 방을 찾는 데 애를 먹을 정도였고, 도착한 방은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담배 냄새가 진동하는 비흡연실, 와이파이조차 제공되지 않는 환경, 간단한 환기도 불가능한 폐쇄적인 구조는 이 거대한 호텔의 그늘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2. 부대시설은 초대형, 숙소는 고요한 실망
퍼스트 월드 호텔의 부대시설은 말 그대로 ‘압도적’입니다. 내부에는 카지노가 운영 중이며, 각종 쇼핑센터와 식당, 마사지 숍, 놀이기구까지 갖춰져 있어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며칠은 즐길 수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롤러코스터와 같은 테마파크 시설까지 호텔 내부에 있다는 건 상상 이상의 충격을 줍니다.
그러나 정작 숙소에 들어선 순간, 현실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12만 원의 숙박비에도 불구하고 객실은 와이파이 미제공, 공기조절 장치 없이 단순한 선풍기 하나가 전부인 환경이었습니다. 더구나 담배 냄새로 가득 찬 방은 여행자의 기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했죠. 방음 역시 거의 되지 않아 복도 소음과 다른 방의 이야기까지 고스란히 들려오는 수준이었습니다.
체크인 과정에서도 불편함은 극심했습니다. 수많은 인파로 인해 대기 시간이 길고, 정작 체크인을 마친 후에도 객실을 찾아가는 길은 전혀 안내되지 않아 스스로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러한 혼란은 여행의 피로도를 배가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크기’와 ‘화려함’이 숙박의 품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3. 같은 도시, 전혀 다른 숙박 경험
실망스러운 퍼스트 월드 호텔을 뒤로하고, 여행자는 다시 쿠알라룸푸르 도심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서 선택한 호텔은 전날 호텔보다 가격이 2만 원이나 저렴했지만, 만족도는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도심에 위치한 이 숙소는 한눈에 들어오는 트윈타워 전망, 널찍한 인테리어, 인피니티 풀, 그리고 완비된 주방시설까지 갖춘 고급 콘도 스타일의 호텔이었습니다.
특히 35층 높이에서 바라보는 도시 전경과 산 뷰는 여행의 피로를 단숨에 날려주는 장관이었고, 실내는 청결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냉장고, 인덕션, 전자레인지 등 생활 편의 시설이 모두 구비되어 있어 장기 체류에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숙박비가 훨씬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호텔 내부의 환경과 서비스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쾌적했습니다. 전날 경험한 ‘세계 최대 호텔’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이었죠. 이를 통해 단순한 크기나 명성보다는 실제 이용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편하고 효율적인가가 숙소 선택에서 중요한 기준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숙박을 넘어 ‘경험’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거대한 규모의 호텔이 주는 화려함과, 도심 속 실속 있는 숙소의 쾌적함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여행자에게 잊지 못할 하루를 선사했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크기가 전부는 아니다”라는 한마디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