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한국이 있다? 도착부터 탐앤탐스 커피, GS25 편의점, 한식당, 심지어 맘스터치까지. 마치 한국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울란바토르의 풍경. 하지만 교통과 언어 장벽, 불편한 시스템 속에서 체감하는 진짜 몽골의 난이도는 상상 이상이다. 제2의 한국, 몽골을 깊이 들여다본다.
몽골, 예상보다 훨씬 더 한국에 가까운 나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도착하자마자 반기는 건 다름 아닌 ‘탐앤탐스 커피’였다. 처음부터 낯익은 한국 브랜드의 로고가 눈앞에 나타나면서, 여기 정말 몽골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익숙함이 밀려온다. 불과 세 시간 남짓의 비행으로 도착한 이곳은, 지리적으로는 가까우면서도 문화적으로도 한국과 놀라울 만큼 맞닿아 있었다. 몽골 국민의 약 10% 이상이 한국에서 거주하거나 일한 경험이 있는 만큼, 거리에서 한국어를 하는 현지인을 만나는 것도 낯설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현지 택시 기사나 편의점 점원들도 간단한 한국어 회화는 무난하게 소화해낸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문화적 유입을 넘어, 상업적 진출에서도 두드러진다. GS25 편의점은 울란바토르에만 무려 270개가 분포해 있고, CU 편의점은 약 400개로 더욱 활발히 확장 중이다. 편의점 안에는 불닭볶음면, 진라면, 공화춘, 김밥, 떡볶이 등 익숙한 한국 간편식이 줄지어 진열되어 있으며, 탐앤탐스나 뚜레쥬르 같은 한국 카페와 제과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라기보다, 몽골인들 사이에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과 수요가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하지만 이토록 ‘한국적인’ 환경 속에서도 분명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교통 시스템이다. 몽골에는 체계적인 택시 서비스가 거의 없다. 거리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흔드는 전통적인 방식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으며, 카카오택시 같은 호출 앱의 진출이 절실해 보인다. 몽골에서는 택시가 일반 자가용과 구별되지 않아, 처음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혼란을 겪기 쉽다. 결국 어렵사리 택시를 잡아 목적지까지 이동하지만, 운전자는 원하는 곳으로 가지 않겠다며 거절하거나, 중간에 요금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도시 내에서의 이동이 이처럼 불편한 것은, 고도로 정비된 한국 시스템에 익숙한 이들에겐 꽤 큰 불편으로 다가온다.
한편 울란바토르의 주요 거리나 광장을 걷다 보면 진기스칸의 동상, 비틀즈 조형물 같은 특이한 문화 콘텐츠도 눈에 띈다. 진기스칸 동상은 몽골의 자부심이자 국가 정체성을 상징하며, 비틀즈 동상은 1980년대 공산주의 체제 속에서 자유를 염원하던 젊은이들의 저항 정신을 상징한다. 특히 금지된 서양 음악을 몰래 듣던 당시 몽골 청년들이 이 광장에서 자유를 외치며 민주화를 주장했던 역사는, 지금도 이 동상을 통해 조용히 계승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깊은 문화적 연결성을 보이는 동시에, 몽골 고유의 역사와 정체성이 살아 숨 쉬는 울란바토르는 여행자에게 이질적이면서도 친숙한 도시다. 문화와 문화, 과거와 현재가 겹겹이 포개진 이 공간에서 우리는 ‘몽골 속의 한국’을 발견하고, 또 ‘몽골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쉽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상 이상의 난이도’
울란바토르는 겉보기에 굉장히 깔끔하고 친근한 도시로 보인다. 길거리에는 한글 간판이 즐비하고, GS25나 탐앤탐스 같은 익숙한 브랜드들이 도시 전역에 퍼져 있어 마치 ‘작은 서울’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행자들이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실질적인 불편함과 높은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교통 체계다.
몽골에서는 정식 택시와 일반 자가용을 구분하기 어렵다. 택시 표시나 번호판, 차량 외관의 규격화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나가는 차가 택시인지 일반 차량인지 알 수가 없다. 현지인들조차도 일종의 ‘하이패스’처럼 길거리에서 손을 흔들어 차를 세우고 협상을 통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택시 호출 앱도 일부 존재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언어의 장벽과 결제 시스템, 차량의 접근성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 때문에 실질적인 사용이 쉽지 않다. 유일하게 교통편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현지인을 동반하거나 오랜 시간 거리에서 차량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현지의 버스 시스템 역시 난이도가 높다. 버스 노선과 번호판이 대부분 현지 문자로 표기되어 있어 외국인이 접근하기 어렵고, 구글 맵의 정보 또한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심지어 버스 번호마저도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몽골어 문자와 특수 기호로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아 어떤 버스를 타야 할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교통체증도 상당하여 목적지까지 가는 데 시간이 배 이상 걸리는 일도 흔하다.
언어 역시 주요한 장벽이다. 몽골인들은 영어보다는 한국어에 익숙한 경우가 많지만, 그마저도 간단한 인삿말이나 단어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호텔 체크인, 식당 주문, 교통 수단 이용 등 일상적인 행동조차도 종종 언어 소통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혼자 여행하는 경우엔 이 벽이 두 배로 크게 느껴진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몽골에서 느껴지는 매력은 분명 존재한다. 맑은 공기, 광활한 대지, 친절한 사람들. 도심 한복판에서도 느껴지는 초원의 냄새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한국과는 또 다른 여유로운 리듬을 만들어낸다. 이런 점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몽골을 찾는 여행자들이 꾸준히 존재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몽골에서 만난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한국 문화를 매우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뚜레쥬르나 맘스터치 같은 브랜드에서 만난 현지 청년들은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매일 접하고, 한국 음식은 일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한국에 살았던 경험이 있는 이들도 많고, 실제로 한국어를 배워 한국 관련 업종에 종사하거나, 아예 한국식당을 운영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런 현실을 볼 때, 몽골에서의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문화 교류'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이질감과 친근함이 공존하는 이곳에서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온 한국의 일상이 낯선 감탄으로 다가오고, 반대로 몽골의 일상은 익숙한 풍경 속에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의 여행은 단순한 힐링이나 관광을 넘어서, 경험 그 자체가 하나의 배움이 된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몽골은 ‘제2의 한국’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과장이 아님을 실감하게 해준다.
몽골 속 ‘한국’ 그리고 그 너머의 진짜 몽골
몽골 울란바토르 도심은 그야말로 ‘한류의 축소판’이다. 편의점에서는 한국 라면과 삼각김밥이 기본이고, 뚜레쥬르에서는 한국식 빵을 팔고, 탐앤탐스에서는 얼음컵에 아이스 초코를 마신다. 대형 쇼핑몰과 구경백화점의 푸드코트에는 짜장면, 떡볶이, 비빔밥이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뷰티 제품도 한국산이 가장 인기다. 심지어 거리 곳곳엔 한복을 대여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어, 몽골이 한국 문화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전혀 다른 몽골의 얼굴이 펼쳐진다. 도시 외곽이나 시골 지역으로 들어서면, 아직도 유목민의 전통을 간직한 삶의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 가축과 함께하는 일상, 한 여름에도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온, 끝이 안 보이는 초원은 도시에서 경험했던 ‘한국 같은 몽골’과는 전혀 다른 세계다. 특히 소, 양, 말 등 가축은 몽골인 삶의 핵심 자원으로, 국가 전체 인구보다 가축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이나 치즈, 그리고 직접 만든 고기 요리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맛을 담고 있다.
또한 몽골의 경제 구조 역시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복잡한 사정을 내포하고 있다. 산업 기반이 부족하고, 제조업 공장이 거의 없다는 점은 몽골이 아직도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한국 제품이 프리미엄처럼 여겨지고, 가격이 비싸도 잘 팔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시에 이것은 몽골의 경제 자립이 여전히 요원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몽골 사람들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순박하고, 느리다. 빠르고 효율적인 한국의 도시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느림의 미학을 처음엔 답답하게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속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 인간적인 거리감, 그리고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진정성이 마음을 울린다. 특히 도시 외곽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낯선 외국인에게도 선뜻 손을 내밀고, 길을 알려주거나 택시를 잡아주는 따뜻함을 보여준다.
한편, 많은 몽골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살다 왔거나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지금도 한국어를 배우며 한식을 사랑한다. 이런 문화적 연결고리는 단순한 교류를 넘어서, 실제로 두 나라의 정서적 거리감을 좁히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결과 몽골은 한국 여행자에게 가장 친숙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낯선 이중적인 매력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울란바토르에서의 마지막 밤, 현지 한국 식당에서 먹은 김치찌개 한 그릇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낯선 땅에서 느낀 정서적 위안이었고, 동시에 이 나라가 가진 복합적인 얼굴을 곱씹게 만드는 상징적인 경험이었다. 고된 교통과 언어 장벽, 예상치 못한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몽골에서의 여정은 결코 후회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든 불편함 덕분에, 한국과 다른 ‘진짜 세계’를 조금 더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몽골을 찾게 된다면, 도심을 넘어 초원의 끝까지 걸어가 보고 싶다. 바람의 냄새, 들판의 소리, 말들이 달리는 먼지 구름 속에서 진짜 몽골을 온전히 느끼는 그날을 위해, 이번 여행은 그저 예고편에 불과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