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월급이 1만 원인 나라, 브룬디. 그곳에서 머무른 최고급 호텔의 현실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온수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럭셔리’로 평가되는 현실, 극단적인 빈곤 속에서 번쩍이는 고급 시설의 아이러니. 가난과 호화가 공존하는 브룬디의 오늘을 깊이 있게 들여다봤습니다.
하루 1만 원 벌이, 그리고 12만 원짜리 호텔의 기이한 풍경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아프리카의 작은 내륙국 브룬디. 이곳에서의 일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가난’이라는 단어보다 훨씬 더 깊고 무겁다. 한 달 동안 땀 흘려 일해도 겨우 만 원 남짓 벌 수 있는 나라. 그들에게 외식은 평생 한 번도 하지 못하는 일이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매일 같은 콩만을 삶아 먹는 것이 일상이다. 그러나 그런 나라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고급 호텔’이라는 이름 아래, 다른 세계처럼 기능하는 공간이.
영상 속 여행자는 브룬디에서 하루 숙박비 12,000원짜리 호텔에 머문다. 한국 돈으로는 큰 금액이 아니지만, 이곳 사람들의 월급과 비교하면 180만 원 수준에 해당하는 거대한 지출이다. 즉, 현지인에게 이 호텔은 단순히 값비싼 공간이 아니라, ‘절대 접근 불가’한 계층의 공간인 셈이다. 역설적이게도 이곳에서는 온수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럭셔리’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전 호텔에서는 개미와 바퀴벌레가 들끓고 찬물 샤워밖에 불가능했지만, 이 호텔에서는 따뜻한 물이 나오고, 비교적 깔끔한 침대와 욕실이 제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볼 때, 이 호텔은 고급스럽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선풍기 커버는 벗겨져 있고, 뷰는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으로 가득하다. 밤에는 모기에 시달려 깊은 잠을 자기 힘들며, 호텔의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음식 가격은 외부보다 두세 배나 비싸다. 하지만 그런 조건에서도 이 호텔은 외국인들이 주로 묵는 곳이고, 브룬디에서 ‘가장 괜찮은 곳’ 중 하나로 손꼽힌다.
브룬디의 빈곤은 단순한 통계로는 체감되지 않는다. ‘호텔에 온수가 나오는 게 호사’라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선진국에서 당연히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가난 속의 고급은, 격차라는 단어의 실체를 피부로 와 닿게 한다. 그들의 눈으로 보면, 이 호텔은 분명히 180만 원짜리 ‘궁전’이다.
‘왕의 호텔’이라 불리는 공간과 브룬디에서의 삶의 격차
이튿날, 여행자는 브룬디에서 가장 고급 호텔 중 하나인 ‘킹스 컨퍼런스 센터’에 머문다. 하루 숙박비는 12만 원이 넘는 곳. 단지 에어컨이 있고, 부드러운 수건이 있으며, 제대로 작동하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호텔은 ‘왕의 호텔’로 불린다. 이 호텔은 대통령 별장과 가까운 지역에 위치해 있어 때때로 일반인의 예약조차 제한되기도 한다. 평범한 브룬디 사람이라면 평생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할, 말 그대로 상류층 전용 공간이다.
호텔 내부는 분명 전보다 훨씬 현대적이고 깔끔했다. 침대는 짱짱하고 조명 스위치와 같은 디테일도 정돈되어 있었으며, 욕실 역시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호텔의 부대시설은 인상적이었다. 수영장과 헬스장, 라운지, 레스토랑 등 선진국의 중상급 호텔에 비견될 만한 시설들이 갖춰져 있었다. 특히 수영장은 물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져 있어, 깔끔하고 청결한 환경을 자랑했고, 고급 호텔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는 완성시켜주었다.
그러나 이 호텔을 직접 경험한 여행자의 평가는 복합적이다. 12만 원이라는 금액이 브룬디의 물가를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것이 사실이며, ‘12배 비싼 호텔’이지만 실제 만족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국내 12만 원짜리 호텔보다 오히려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호텔은 브룬디 사회 내에서 분명한 상징을 가지고 있다. 전기가 없는 삶에서 ‘에어컨’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냉방을 넘어선 ‘계층’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실제로 이 호텔에서 헬스장이나 수영장을 이용하는 데에도 요금이 붙는다. 하루 2,000원, 즉 브룬디 사람들의 이틀 치 식비와 맞먹는 금액이다. 연간 이용권은 약 24만 원인데, 이는 일반 근로자의 1년 수입에 버금가는 비용이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보면, 호텔 그 자체가 ‘경제적 계층’과 ‘기회의 격차’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 된다.
이 호텔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라, 브룬디 내 극소수 상류층과 외국인을 위한 별세계다.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이 경험은 하나의 답이 된다. 우리 눈에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꿈조차 꿀 수 없는 호사라는 사실을, 여행자는 이곳에서 마주한다.
희망의 씨앗, 그리고 사람을 위한 여행
이 이야기는 단순히 호텔 체험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행자는 단지 브룬디의 현실을 기록하고 관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곳 사람들과 연결되고자 했다. 특히 현지 청년 ‘이자이’에게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계획은 이 여정의 진정한 하이라이트였다. 이자이는 브룬디 여성으로, 최정숙 여성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교육자 또는 치위생 관련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브룬디에는 한국 대사관이 없기 때문에, 단순한 비자 신청조차 이웃 국가로 넘어가야 하며, 여권 발급에도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에서 공부를 하려면 800만 원에 달하는 예탁금을 내야 하는데, 이는 브룬디 청년에게는 평생 모아도 불가능한 금액이다. 그러나 다행히 책임어 관련 단체와 선생님들의 지원으로 이 예탁금까지 해결되었고, 여행자가 받아야 할 항공료 300만 원조차도 이자이에게 양도하면서, 진정한 ‘기회의 나눔’이 이루어졌다.
여행자가 말하듯,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주는 일, 인생에 몇 번이나 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이 모든 과정의 진정성을 담고 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관광이 아닌, 실제로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여행. 그것이 이 여정의 가장 큰 가치였다.
여성 직업학교 개관식에 참석해 현지 청소년들과 웃고, 대화를 나누고, 함께 밥을 나누는 모습 속에는 단순한 외국인의 방문이 아닌, 친구로서의 연대가 있었다. 교복도, 기숙사도, 교실도 부족한 환경이지만, 웃으며 배우고 일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상징한다. 이 여행은 브룬디의 가난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1만 원일 수 있는 돈이, 누군가에겐 따뜻한 물 한 컵, 혼자만의 침대, 꿈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진심 어린 손 하나가 또 다른 인생을 만들어 간다. 브룬디에서의 마지막 장면은, 결국 '사람'이었다. 그리고 여행자는 그 장면 속에서 '여행의 의미'를 새롭게 써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