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는 그저 휴양지일 뿐일까요? 아닙니다. 스테이크, 오키나와 소바, 타코, 디저트까지—입맛을 사로잡는 숨은 맛집의 천국입니다. 여행 중 만난 잊지 못할 음식과 분위기, 그리고 각자의 개성을 지닌 이자카야까지. 오키나와의 진짜 맛을 알고 싶다면 이 맛집 여행 코스를 놓치지 마세요!
1. 오키나와, 스테이크와 타코로 증명된 미군 문화의 유산
오키나와에서 가장 먼저 주목할 음식은 바로 스테이크와 타코다. 이는 오랜 기간 주일 미군 주둔의 영향을 받은 음식 문화의 결과로, 일본 본토와는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다. 이번 여행에서는 나하의 조지 레스토랑과 차탄의 아메리칸 아메리칸이라는 두 곳에서 스테이크를 맛봤다.
조지 레스토랑은 70년 전통의 레전드 맛집으로, 오키나와에서 처음 ‘A사인’을 받은 식당이기도 하다. A사인은 미군이 직접 선정한, 맛, 위생, 가격 등 모든 면에서 인증받은 레스토랑에게 부여하는 일종의 ‘신뢰의 상징’이다. 이곳의 안심 스테이크는 입안에서 살살 녹고, 고기의 단맛과 육즙이 환상적이다. 타코라이스 또한 가게 특제 소스 덕분에 감칠맛이 깊고, 자극적이지 않아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메뉴였다.
반면 아메리칸 아메리칸은 현지인이 사랑하는 레트로 밥집 분위기가 강한 곳이다. 스테이크, 햄버그, 수제 파이, 레몬 케이크까지, 가성비 좋은 경양식 메뉴들이 가득하다. 음식의 맛은 대중적이고 소스나 고기의 풍미보다는 정겨운 식사 자체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미군들도 자주 방문하는 이국적인 분위기 덕분에 색다른 일본 여행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격이다.
타코는 두 곳을 다녀왔는데, 나하의 잼스 타코스와 코자의 찰리스 타코스이다. 잼스 타코스는 소금 타코로 유명하다. 소스 없이도 짭조름하고 바삭한 맛이 강해 입안에서 과자를 씹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 반면 찰리스 타코스는 1956년 설립된 오키나와 타코의 원조격 가게로, 튀김 쉘에 세 가지 고기를 넣은 기름진 스타일이다. 두 가게 모두 개성이 뚜렷하여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2. 오키나와 소바, 전통을 깬 창의적 해석의 맛
일본 본토에서 쉽게 접하는 라멘, 우동과 달리 오키나와 소바는 오키나와만의 독자적인 음식 문화다. 밀가루 면을 사용하며, 국물은 돼지 뼈와 다시마 등으로 낸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전통을 살짝 비틀어 새롭게 해석된 오키나와 소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차탄에 위치한 A분 소바. 생면을 사용한 오키나와 소바로, 한 입 국물을 들이키자마자 “아이 시원하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진하고 깊은 맛이었다. 국물은 깔끔하면서도 묵직하고, 고명으로 올라간 소키(삼겹살)와 갈비는 부드럽고 짭조름해 훌륭한 조화를 이뤘다. 고수, 숙주볶음이 더해진 소바는 약간 쌀국수 느낌도 있었지만 훨씬 더 감칠맛이 강하고 풍부했다.
두 번째는 아메리칸 빌리지 내 키세끼라는 식당. 조개 국물과 돈코츠를 혼합한 국물 베이스에 튀긴 우엉, 양파, 목이버섯 등을 더해 라멘과 소바의 중간 지점 같은 느낌이었다. 함께 나온 바지락밥도 국물과 함께 말아 먹으니 별미였고, 흑당 푸딩으로 마무리도 완벽했다. 다만 매운맛이 살짝 아쉬웠다는 후기가 있었는데, 고춧가루나 매운 양념 추가가 가능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전통적인 오키나와 소바의 국물에 익숙지 않거나, 좀 더 현대적인 맛을 원하는 여행자라면 이 두 곳 모두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메뉴가 많아 웨이팅이 길더라도 기다릴 가치가 충분하다.
3. 이자카야부터 디저트까지, 오키나와 밤의 풍경
오키나와의 밤을 즐기려면 이자카야 투어는 필수다. 첫 번째로 추천하는 곳은 나하의 코사쿠라. 오키나와 향토 요리와 아와모리(오키나와 전통 소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오픈 70주년의 노포다. 소금 연골 갈빗살, 마늘 풍미가 풍부한 소면 찬푸르, 그리고 부드러운 돼지고기 초절임까지, 술과 찰떡궁합인 안주들이 가득하다.
두 번째는 학꼬사꾸라. 생선요리와 회가 메인인데, 숙성도와 밸런스가 훌륭하다. 특히 소금으로 살짝 구운 어린 참치살은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하며, 땅콩 두부 등 창의적인 요리들이 입을 즐겁게 한다. 오키나와에서 제대로 된 회를 즐기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세 번째는 길거리 분위기의 이치방 교자야. 굽만두, 물만두 등 중국식 만두를 전문으로 하며, 만두와 오리온 맥주의 궁합은 가히 환상적이다. 야외 테이블에서 바람을 맞으며 만두 한 입, 맥주 한 모금의 조합은 여행의 피로를 싹 날려준다.
디저트와 간식도 빼놓을 수 없다. **웨이크 베이글의 베이컨 에그 치즈(BEC)**는 아침 식사로 완벽한 선택이며, 피자 스탠드 뉴욕에서는 해변에서 즐기는 얇은 피자 한 조각이 하루의 피로를 풀어준다. 또한 카라바나의 도넛과 아이스크림은 오키나와 디저트의 정점이다. 특히 코코넛 오일 아이스크림은 “인생 아이스크림”이라 불릴 정도로 감동적인 맛을 선사한다.
그 외에도 전통 튀김집 갱 쇼크도, 재즈 키사텐 로즈룸, 나폴리탄이 인기인 고타부키 코야지, 그리고 댕댕이와 함께 축구 보는 캄 바까지—오키나와의 밤은 단순히 끝나는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