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0만원으로 일본에 건너가 한국 음식을 팔기 시작한 33세 청년 사장님. 언어 장벽과 외로움, 장사 실패를 모두 견뎌내고, 지금은 요코하마에서 현지인 단골을 사로잡는 삼겹살과 삼계탕 맛집을 운영 중이다. 가족의 도움과 끊임없는 노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맛'을 일본에 알리는 그의 하루는 그 자체로 치열한 생존기이자 감동 실화다. 진짜 장사란 무엇인지, 외국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 이야기 속에서 모두 느껴볼 수 있다.
1. 단돈 10만원, 몸으로 부딪쳐 만든 기회의 시작
일본 요코하마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 33세 강영진 사장은 단돈 10만원으로 일본행을 택했다. 특별한 계획도 없었다. 단지 한국에서 ‘공부 못하는 꼴통’이라 불리던 자신에게 어울리는 길이 뭔지 찾고 싶었다. 일본어도 몰랐고, 요식업 경험도 전무했지만, 그는 몸으로 부딪혔다. 자전거 배달, 부사관 식당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단 버티기부터 시작했다. 생활은 빠듯했고, 누나와 5평 방에서 함께 살며 하루하루 버텼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일본 문화와 정서에 익숙해졌고, 특히 일본의 내성적인 성격이 자신과 잘 맞는다는 점에서 정착을 결심하게 된다. 처음에는 어학원과 대학을 거쳤지만 결국 중퇴하고, 어릴 적 부모님의 속초 삼계탕집에서 배운 기억을 토대로 창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국에서 통하는 맛이 일본에서 곧장 통하진 않았다. 삼계탕의 양이 많고 약재향이 강해, 일본 고객들 입맛에 맞추는 과정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심지어 오픈 후 일주일간 손님 한 명 없이 버틴 적도 있었다. 그는 돈을 벌지 못해도 매형과 함께 무급으로 버티며 장사를 이어갔다. 그런 현실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건 오로지 “한번 해보자”는 마음 하나였다. 그렇게 7년을 버틴 지금, 그는 일본 내 한국 문화를 알리는 소중한 연결고리로 성장해 있었다.
2. 현지화보다 진심, 한국의 맛을 그대로 전하다
그가 운영하는 한식당의 메인 메뉴는 삼계탕과 삼겹살이다. 삼계탕은 속초에서 전수받은 레시피 그대로, 한약재부터 인삼까지 한국에서 공수해 정통의 맛을 지킨다. 그러나 일본 고객들은 삼계탕의 국물은 좋아하지만, 삼을 이해 못 하거나 남기는 경우도 잦았다. 이에 그는 섣불리 현지화에 나서지 않았다. 진짜 한국의 맛을 소개하려면, 단순한 변형보다는 설명과 서비스가 우선이라 믿었다. 반찬 하나하나 직접 매일 만들어내고, 한국식 파절이나 쌈장을 유지하면서도 일본인의 입맛을 고려해 소금간 삼겹살, 치즈 삼겹살 등을 개발했다. 이와 함께 메뉴 구성도 다양화해 부대찌개, 해물전, 김치찌개 등까지 포함했다. 특히 해물전은 그가 일본에서 처음 시도해본 요리 중 하나로, 일본인 고객들의 반응을 고려해 도톰하게 구워낸 퍼포먼스성 메뉴로 호평받고 있다. 또한 오토오시(일본식 자리세 반찬) 문화도 적극 수용해 현지인들이 불편함 없이 한국 음식을 접할 수 있도록 조율했다. 김치 역시 대부분 한국에서 직접 들여오며, 일본산 배추로는 낼 수 없는 깊은 맛을 유지한다. 그는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는 말처럼 손수 인테리어를 하고, 조리부터 서빙까지 도맡으며 작은 공간 속에서 한국의 미각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간다. 그가 추구하는 건 단순한 매출이 아니라, ‘처음 맛보는 사람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정성’ 그 자체였다.
3. 꾸준함이 만든 단골, 그리고 작지만 단단한 꿈
이 작은 가게는 단골이 끊이지 않는다. 일본인 비율은 무려 90%, 모두 입소문을 타고 찾아온 고객들이다. 그는 단골 관리를 위해 손님 만족을 가장 우선시하며, 정해진 인원만 받고 과잉 손님은 과감히 돌려보내기도 한다. 손님이 줄어들더라도 한 명 한 명이 만족하고 돌아가길 바란다는 신념 때문이다. 매일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고, 손수 식재료를 손질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의 모습에는 장사인의 기본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누나와 매형이 함께 운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내부 인테리어도 셋이서 손수 꾸몄다. 코로나로 장기 휴업을 할 때도 일본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며 가게를 정비했고, 아내의 임신과 출산을 함께하며 가족에 대한 책임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체인점화를 목표로 공부 중이지만,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한국으로 돌아가 속초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의 하루는 단지 음식 장사가 아니라, 한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문화를 전하며 살아가는 이방인의 기록이다. 사소한 결정 하나도 ‘정직함’이라는 원칙 아래 움직이고, 손님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 방식은 한국인의 장사철학이자 삶의 태도를 일본에서 그대로 실현한 귀감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성공보단 ‘지속가능한 장사’를 꿈꾸며 오늘도 불을 지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