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의 잘 알려지지 않은 한인 타운, 후쿠토미초. 한국 음식점들이 모여 있지만, 낮과 밤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곳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지역입니다. 화려한 야경 속에 감춰진 다소 어두운 현실, 그리고 이면에 자리한 진짜 로컬 문화. 일본이 숨기고 싶어 하는 또 하나의 얼굴을 직접 마주한 이야기. 여행객의 시선에서 솔직하게 풀어낸 리얼 탐방기!
1. 일본의 그림자, 요코하마 속 숨겨진 한인 타운 '후쿠토미초'
요코하마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관광 도시다. 아름다운 항구와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살고 싶은 도시' 순위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많은 이들이 요코하마를 떠올리면, 밝고 활기찬 이미지와 더불어 미나토미라이, 차이나타운 등의 유명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도시 한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공간이 존재한다. 바로 '후쿠토미초'라는 이름의 코리아타운이다. 도쿄의 신오쿠보처럼 화려하고 현대적인 느낌은 아니며, 가족 단위로 여행하기엔 조금은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영상 속 주인공은 이곳을 ‘조금 어두운 한국인 거리’라고 표현하며, 후쿠토미초의 독특한 정서를 탐험한다. 실제로 거리에는 수많은 한국 음식점이 포진해 있지만, 반대편에는 유흥업소와 성인용 업종이 공존하고 있어, ‘한국 음식의 향연’과 ‘밤거리의 그림자’가 동시에 펼쳐지는 이중적인 공간이다. 일본 현지인들도 요코하마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를 정도로 은밀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이 도시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지역이기도 하다. ‘숨기고 싶어 하는 한국인 거리’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2. 낮과 밤의 얼굴이 바뀌는 거리, 후쿠토미초의 분위기
영상에서 소개된 후쿠토미초는 정말 두 개의 얼굴을 가진 거리다. 낮에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 음식점들이 주를 이루며, 방문객들에게 정갈한 식사를 제공한다. 실제로 방문한 ‘양 씨네 키친’은 880엔이라는 가격에 스팸과 돼지고기, 해산물까지 들어간 순두부찌개와 5가지 반찬을 제공하며, 일본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진짜 한식당’의 모습을 보여준다. 식당 내부에는 혼밥 손님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돼 있고, 점심시간이 되면 현지인들로 붐비기도 한다. 이처럼 후쿠토미초는 겉보기엔 평범한 거리로 느껴지지만, 시간이 흐르고 해가 지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한다. 어두워진 거리는 네온사인으로 가득 채워지며, 거리 곳곳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게 된다. 일종의 무료 안내소를 자처하는 상점들은 실제로는 유흥업소 입구인 경우가 많으며, 낮에는 문을 닫고 밤이 되면 영업을 시작하는 가게들이 대부분이다. 주인공은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분위기는 다소 민감한 구석이 많다. 특히 ‘소프랜드’라고 불리는 일본식 성인 유흥시설이 다수 밀집해 있으며, 그 입구에도 한국어 간판이 붙어 있어 오히려 한국인들에게 더 이질적인 풍경을 제공한다.
3. 일본이 숨기고 싶어 한 이야기, 신오쿠보와는 다른 한류의 풍경
도쿄의 신오쿠보는 일본 한류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후쿠토미초는 그와는 다른 과거를 지녔다. 영상 후반부에는 일본 내 한류 문화의 역사적 흐름이 요약되어 있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 후쿠토미초의 현재가 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30~40년 전, 신오쿠보에서 한국 음식점이 자리 잡기 시작할 무렵, 이곳을 찾는 손님은 대부분 유흥업 종사자들이었다. 그들은 식사보다는 밤문화에 초점을 둔 소비를 이어갔고, 자연스레 거리 분위기도 그에 맞게 형성되었다. 이후 일본 정부가 유흥업소 단속을 강화하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본국으로 송환되었고, 그 자리를 새로운 한류 붐이 대체했다. 1차 드라마 붐, 2차 아이돌 붐, 그리고 현재의 3차 K-POP 중심의 붐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한국 문화는 점점 더 대중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후쿠토미초는 이 흐름에서 비껴간 듯한 느낌을 준다. 거리의 중심은 여전히 유흥업소가 많고, 일반 관광객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조용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이 지역의 존재를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실제로 ‘코리아타운’이라는 명칭이나 상징적인 구조물조차 존재하지 않으며, 관광객 안내 지도에서도 이 지역은 생략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곳은 한국의 맛과 흔적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일본 사회가 애써 외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