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토'로 불리는 일본 다카야마는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정갈한 소도시입니다. 한국인이 잘 모르는 조용하고 감성적인 거리, 현지인의 맛집, 사케 시음장까지. 관광객 북적이지 않아 더욱 좋은 숨은 보석 같은 이 도시를 하루 천천히 걸으며 체험한 감동 가득한 여정을 함께 떠나보세요.
🏯 전통과 정갈함, 조용한 일본을 담은 다카야마 첫인상
나고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이동한 목적지는 다름 아닌 '다카야마'. 한국인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이곳은, 일본 중부 알프스 산맥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조용한 소도시입니다. 나고야에서 다카야마까지는 JR 히다 특급열차로 약 2시간 정도 걸리며, 이 기차 안에서 즐긴 도시락(벤토)과 현지 디저트는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도착한 다카야마역은 아담하지만 깔끔했고, 무엇보다 ‘정갈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도시의 분위기가 첫인상부터 좋았습니다. 구도심으로 향하는 길목은 마치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법한 평화로운 거리들이 이어졌고, 곳곳에 흐르는 개천과 벚꽃 잎이 흩날리는 풍경은 ‘작은 교토’라는 별명이 과장이 아님을 증명했습니다. 여느 관광지처럼 북적이는 상업적인 느낌보다는, 마치 오래된 시골 마을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숙소는 전통 가옥을 개조한 료칸 스타일이었고, 3층 구조의 좁은 계단과 나무 구조물은 옛 일본의 정취를 오롯이 전달해 주었습니다. 주인 할아버지가 조식도 챙겨주시는데, 여행 내내 그분의 따뜻한 인사 한마디가 낯선 도시에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 현지 사케 체험과 작은 미식의 도시 다카야마
다카야마는 소도시답게 하루 종일 걸어도 부담이 없는 규모이며, 그 안에 꼭 들러야 할 명소들이 오밀조밀 모여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산노마치 거리’는 가장 대표적인 구시가지로, 전통 목조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골목마다 장인의 손길이 묻어나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히다규(飛騨牛) 요리 전문점도 많아, 소고기를 간단한 스시 형태로 맛보거나, 정식으로 구워 먹는 가게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날은 브레이크 타임과 영업 종료 등으로 여러 식당에서 입장을 거부당해 결국 라면으로 점심을 대체해야 했는데, 오히려 그 현지 느낌이 더욱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했습니다. 그 이후엔 일본 사케를 시음할 수 있는 양조장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500엔을 내면 코인 6개를 받아 다양한 사케를 맛볼 수 있게 되어 있어 현지 문화 체험에 매우 적합했습니다.
사케는 유자 향이 나는 가벼운 타입부터 진하고 묵직한 것까지 다양했으며, 그 자리에서 바로 구입할 수도 있어 여행 기념품으로도 훌륭합니다. 날씨 좋은 오후, 시음장 옆 야외 테라스에서 천천히 술잔을 기울이며 바람 소리를 듣는 순간은 그 어떤 럭셔리한 여행보다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고요한 밤, 천천히 마무리되는 다카야마의 하루
저녁이 되자 다카야마의 거리는 더욱 조용해졌습니다. 대부분의 상점은 일찍 문을 닫고,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이자카야도 드뭅니다. 이는 처음엔 약간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으나, 오히려 이런 고요함이 이 도시의 진짜 매력일지도 모릅니다. 밤이 되면 하천을 따라 걸으며 별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현지 맥주 '히다 골드'는 필터링 되지 않은 살아있는 맥주로, 탁한 색감과 함께 깊은 맛을 내주었고, 친절한 야키토리 가게 사장님이 영업 종료 후에도 특별히 제공해준 꼬치구이와 함께 숙소에서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작은 맥주잔 하나, 밤하늘 아래 들리는 벌레 소리와 바람 소리, 그리고 소박한 안주 한 점. 도심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다카야마는 밤에 뭔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도시’라는 점입니다. 이 도시가 전하는 메시지는 바쁘게 돌아다니며 관광지를 체크하는 여행이 아닌, 천천히 걷고 보고 느끼는 것. 그 자체가 여행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다카야마의 명물인 아침 시장을 둘러본 뒤, 다시 나고야로 향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