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은 보석, 추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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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숨은 보석, 추자도. 연 55,000명이 찾는 이 섬은 짜릿한 해안 절벽과 감동적인 트레킹 코스, 그리고 전통 굴비 정식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섬 사이를 잇는 출렁다리, ‘나바론 절벽길’의 아찔한 풍경, 그리고 무료 캠핑장까지. 지금, 가장 특별한 추자도 일주를 경험해보세요.

추자도

1. 제주에서 출발해 ‘굴비’로 시작된 여정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 이번 여정은 약 한 시간 남짓의 고속선 여정을 포함한다. '퀸스타'라는 이름의 고속선을 타고 도착한 곳은 바로 '하추자도'. 선박에 탑승하기 전 멀미약을 구하지 못해 난처했던 상황도, 현지인의 친절한 도움으로 해결되며 여행은 따뜻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도착 후, 내부 사정으로 인해 목적지였던 '상추자도'가 아닌 '하추자도'에 하선하면서 작은 우여곡절도 겪지만, 이러한 변수가 오히려 여행의 진정한 묘미가 된다.

도착 후 먼저 향한 곳은 ‘추자도 굴비 정식’으로 유명한 한 식당. 1인분에 14,000원이란 가격은 얼핏 보기엔 소박해 보이지만, 이곳에서 제공하는 ‘참굴비’는 맛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집에서 흔히 먹는 굴비보다 육질이 훨씬 도톰하고 고소하며, 염도는 높지만 짠맛이 도드라지지 않고 밥과 함께 먹었을 때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특히, 뼈를 쉽게 발라내 먹기 좋은 구조와 머릿속까지 신선함이 느껴지는 풍미는 ‘영광굴비’ 못지않다는 찬사를 받을 만하다. 식사 후에는 다시 상추자도로 이동해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이곳은 제주 올레길 18-1 코스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오늘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나바론 절벽길’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가진 이 해안 트레일은, 상추자도의 절벽을 따라 펼쳐진 비경의 길이다. 영화 '나바론 요새'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이 길은, 실제로도 유럽의 해안 절벽에 비견될 만한 아름다움과 위용을 갖춘 장소다. 시작점은 샛노란 벽이 인상적인 ‘성원상회’ 근처. 이곳에서부터 트레킹이 시작되며, 걷는 이마다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바다 풍경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2. 나바론 절벽, 숨이 멎는 비경 위를 걷다

상추자도의 트레킹 코스는 전체적으로 약 7km, 총 고도차는 385m에 불과해 일반적인 산악 트레킹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풍경만큼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수준의 스펙터클을 자랑한다. 시작점에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절벽이 마치 이탈리아의 아말피 해안을 연상케 한다. 특히 ‘돈대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전경은, 제주 본섬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장면이다.

돈대산(164m) 정상에는 전망대와 정자가 설치되어 있고, 이곳에서 보면 하추자도의 신양항과 무크리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보이는 ‘사자섬’은 이름처럼 사자가 앉아 있는 모습을 닮아 인상 깊다. 트레킹 중에는 숲길, 언덕길, 그리고 인공 데크길이 이어지는데, 이 길들은 단순히 ‘걷는다’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선사한다. 특히, 수많은 야생화와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들, 그리고 바닷바람의 청량한 기운은 걷는 내내 오감을 자극한다.

이윽고 ‘추자대교’를 지나면서 길은 더욱 극적인 전개를 맞는다. 바다 위를 잇는 이 다리는 하추자도와 상추자도를 연결하며, 걷는 사람들에게 ‘섬에서 섬으로’ 이어지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신비로운 청록색으로 빛나고, 그 아래로 고요히 부서지는 파도는 마음까지 정화시킨다.

그리고 드디어 등장하는 것이 바로 ‘나바론 절벽길’. 이 길은 ‘나바론 스카이웨이’라 불리며, 약 2.1km에 걸쳐 상추자도의 해안 절벽 위를 따라 조성된 길이다. 이곳에 다다르면 풍경은 더 이상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직벽처럼 솟아 있는 바위들 사이를 걷다 보면, 바다 위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특히 바다색은 너무나 투명하고 아름다워 마치 CG를 입힌 듯한 느낌마저 준다. 높이와 바다의 조합이 주는 긴장감은 트레킹 초보자에게는 다소 도전적일 수 있지만, 그만큼 감동도 크다.

3. 최고의 순간, 그리고 추자도가 주는 인생의 힌트

나바론 절벽길의 마지막 구간에 들어서면, 길은 급격히 좁아지고 바닥엔 울퉁불퉁한 바위와 철계단이 이어진다. 걷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아찔함이 느껴지는 이 길은, 실제로 많은 이들이 다리 힘이 풀려 주저앉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짧은 구간을 지나면 다시금 시야가 트이고,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아래로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이 장면을 마주했을 때, 대부분의 방문자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오랫동안 그 자리에 멈춰 선다.

절벽길의 끝자락에는 캠핑장으로 향하는 길이 이어진다. 이 캠핑장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으며, 주변 경관과 더불어 캠핑지로서의 조건도 훌륭하다. 실제로 바닷가 바로 옆에 위치한 이곳은 고요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꿈같은 장소다. 한편, 트레킹 중반부터는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할 법한 꽃길이 계속되며, ‘인생은 꽃길만 걷자’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다.

여행의 마지막, 영상 속 여행자는 "나는 너무 목적지만 보고 걸었던 것 같다"는 말을 남긴다. 나바론 절벽이라는 목표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 앞뒤에 펼쳐진 마을의 정취나 숲길의 평온함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깨달음이다. 이 고백은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되새겨야 할 메시지처럼 다가온다.

추자도는 단순한 트레킹 명소가 아니다. 이 섬은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목적을 넘어서 순간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소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은, 꼭 절벽 끝이 아니어도, 걷는 모든 길 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작은 섬, 길지 않은 코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인생의 힌트는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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