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 태국 방콕. 1년에 2,300만 명이 몰리는 이곳은 과연 어떤 매력을 가졌을까? 베트남 단항에서 출발해 방콕 시내를 걷고, 수상버스 타고, 길거리 해산물을 즐기며, 밤엔 카오산로드까지 도보로 탐험한 생생한 방콕 리얼 탐방기!
✈️ 단항에서 방콕까지, 세계 관광 1위 도시로 향하다
여행의 시작은 베트남 단항이었다. 분짜를 먹을까, 치밥을 먹을까 고민하다 결국 해산물 쌀국수로 한 끼를 해결한 뒤, 현금을 인출하러 간다. 여행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환전과 수수료인데, 단항에서는 VP은행에서 마스터카드로 출금 시 수수료가 없어 여행객들에게 꽤 인기가 있는 편이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 저녁이 되어 단항을 떠나, 드디어 세계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태국 방콕’에 도착하게 된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체감 기온이 확연히 다르다. 베트남도 더웠지만, 방콕은 그보다 훨씬 후끈하고 끈적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공항 근처 숙소는 의외로 깔끔하고 조용하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돈무앙 팰리스’라는 호텔. 가격은 저렴하지만 내부는 잘 정돈되어 있어 가성비 숙소로 손색이 없다. 간단히 짐을 풀고, 태국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음식 ‘팟타이’를 찾아 나선다.
처음 가려던 곳은 번화한 지역이 아니어서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했지만, 오히려 길을 걷다 우연히 만난 작은 로컬 식당에서 기대 이상의 팟타이를 먹게 된다. 커다란 새우가 듬뿍 들어간 팟타이는 쫄깃한 면발과 감칠맛 나는 소스로 여행자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한 끼가 단돈 4,000원이라는 점. 여행 중의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그 도시를 구성하는 경험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호텔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며 다음 목적지인 시내로 향하기 위해 전철을 타는데, 돈무앙역은 방콕 북쪽 외곽이어서 시내까지는 꽤 거리가 있다. 그래도 태국의 교통 시스템은 저렴하고 비교적 편리하게 되어 있어, 전철을 이용해 쉽게 중심가로 이동할 수 있다. 복잡한 듯 단순한 도시 풍경, 곳곳에 보이는 시장과 포장마차, 공사 중인 거리들… 방콕은 혼돈과 질서가 공존하는 도시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 수상버스를 타고 카오산로드까지, 방콕의 속살을 걷다
방콕 시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 중 하나는 바로 수상버스다. 짜오프라야 강을 따라 움직이는 이 수상버스는 단순한 관광 수단이 아닌, 현지인들의 일상적인 교통수단이다. 티켓 부스도 없이 배가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자연스럽게 배에 올라탄다. 강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 보이는 방콕의 건물들과 선착장들, 그리고 배 안의 사람들은 도시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창이 된다.
수상버스를 타고 이동한 목적지는 바로 ‘카오산로드’. 배에서 내려 조금 걷다 보면 특유의 북적이는 분위기와 음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낮에는 그리 활발하지 않지만, 밤이 되면 이 거리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저녁에 찾아간 카오산로드는 여전히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길거리 음식, 의류 상점, 마사지 샵, 대마초 가게까지 없는 게 없다. 분위기는 자유롭고 활기차지만, 한국 여행자에게는 주의할 점도 있다. 태국에서 대마초는 합법이지만, 한국인은 외국에서도 대마초를 하면 국내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절대 금지다.
카오산로드의 중심을 지나며 음악 소리와 맥주 냄새가 뒤섞인 길을 걷다가, 결국 사람이 너무 많은 데는 피하고 싶어져 조용한 숙소로 향한다. 숙소는 ‘로스트 인 호스텔’이라는 이름의 깔끔한 호스텔로, 내부는 아기자기하고 공용 공간이 넓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각자의 일과를 마무리하거나 간단히 맥주 한 잔을 즐기며 하루를 정리한다. 특히 호스텔 앞에 위치한 공원은 저녁 산책 코스로 훌륭하고, 그늘 아래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은 여행자에게 소소한 힐링을 선사한다.
그렇게 복잡한 도시의 중심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한 밤의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여행은 늘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예상치 못한 풍경과 분위기를 만나며 의미가 깊어진다. 방콕이라는 도시는 그런 면에서 누구에게나 다른 경험을 선물하는 공간이다.
🍤 방콕의 진짜 맛을 찾아서, 길거리 해산물 먹방
방콕의 먹거리는 단순히 팟타이나 똠얌꿍에 그치지 않는다. 진짜 로컬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길거리 음식에 도전해야 한다. 저녁이 되자 여행자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노상 해산물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이라고 하기엔 테이블 몇 개 놓인 노점이 전부지만, 분위기만큼은 그 어떤 레스토랑보다 뜨겁다. 도로 바로 옆에 테이블을 펴 놓고, 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식사를 즐긴다.
첫 번째 메뉴는 치즈 가리비. 마늘과 치즈가 가득 얹어진 조개는 고소하고 짭조름한 풍미로 입맛을 돋운다. 한 접시가 금세 사라지고, 바로 다음 메뉴로 생새우가 등장한다. 날것 그대로 나온 새우에 마늘, 고추, 태국 특유의 젓갈 소스를 곁들여 먹는 요리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방콕은 바다와 가까워 해산물이 유달리 신선하다. 특히 이 새우 요리는 태국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메뉴로,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잊기 힘들다.
세 번째 요리는 ‘모닝글로리’. 태국식 볶은 공심채 요리인데, 마늘과 굴소스가 어우러져 채소임에도 불구하고 입 안에서 감칠맛이 터진다. 이 세 가지 요리에 맥주까지 곁들이면, 방콕의 밤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채워진다. 총 가격은 한국 돈으로 약 3만원 정도. 양도 많고 맛도 좋아서 누구든 만족할 만한 한 끼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도보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지나가는 야경, 붉은 조명, 강에서 한 잔 하는 사람들, 노상에서 꽃에 물을 주는 상인들… 어느새 방콕의 분위기에 스며든 자신을 느끼게 된다. 이 도시가 세계 1위 관광지인 이유를 몸소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와서 짧은 인사를 건네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여행은 어쩌면 이런 예고 없는 순간들을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숙소로 돌아와 호스텔 커뮤니티 공간에 앉아, 시원한 음료 하나 마시며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도 걷고 먹고 보고, 낯선 도시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스침 속에 자신을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방콕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다른 색깔의 추억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