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영하 30도의 겨울도시. 바람은 살을 파고들고, 눈은 도시를 뒤덮지만, 그 안엔 ‘차가움’이 아닌 ‘뜨거운 삶’이 꿈틀거린다. 여행자가 걸은 길을 따라, 이 글은 하얼빈 아침시장과 도시 풍경의 생생한 매력을 담아낸다. 감성 여행기 형식으로 구성해 봤습니다.
🥶 영하 30도, 하얼빈의 아침이 시작된다
추위가 만든 도시, 하얼빈. 그곳의 아침은 상상 이상이다. 영상 속 여행자는 *다오리 차이시장(道外菜市场)*으로 향한다. 모자를 눌러쓰고, 꽁꽁 언 길 위를 걷는다. 눈이 바닥에 얼어붙어 마치 스케이트장 같다.
“엄청 미끄럽다.”
솔직한 한 마디. 이것이 하얼빈의 진짜 모습이다. 그러나 이 얼어붙은 도시에서도 사람들은 서서, 길가에서, 손으로 뜨끈한 음식을 먹는다. 삶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이른 아침, 하얼빈의 공기는 칼처럼 날카롭다. 입김이 눈앞에 하얗게 퍼지고, 눈썹 사이로 성에가 낀다. 그러나 그 속을 걷는 이들의 눈빛은 또렷하다. 아침시장을 향한 발걸음은 마치 오래된 습관처럼 자연스럽다. 거리 곳곳에서는 노점상들이 철판을 달구며 만두를 찌고, 굴뚝처럼 피어오르는 김이 시장을 향한 초대장처럼 퍼진다. 하얼빈 여행의 시작은 이 혹독한 아침에 있다. **‘겨울 중국 자유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라면,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을 것이다.
🍢 아침시장, 숨 쉬는 골목의 온기
시장에 들어서면 러시아와 중국이 혼재된 독특한 문화가 펼쳐진다. 마트료시카 인형 옆에선 양꼬치가 익어가고, 전통빵이 나란히 놓인다. 거리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사람들은 춥다는 듯 말도 없이 먹는다.
“그냥 바닥에 주저앉아 먹고 있는 게 철량하 긴 한데 맛은 있네요.”
이 말에는 진심이 있다. 추위 속에 피어난 맛은 오히려 따뜻하다. 하얼빈은 입으로 느끼는 도시다.
다오리 차이시장은 단순한 재래시장이 아니다. 이곳은 하얼빈 사람들의 삶 그 자체다. 손에는 한 줄 양꼬치를 쥐고, 입가에는 얼음결이 스민 담배 연기를 흘리는 노인, 분주하게 튀김을 뒤집는 아주머니, 그리고 얼어붙은 고기 위로 가격표를 다시 붙이는 상인의 손길까지. 이곳의 풍경은 하나하나 살아 있다. 한국의 재래시장과는 또 다른 활기와 냉기가 어우러진 공간, **‘중국 겨울 아침시장 체험’**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하얼빈의 눈은 조각이 된다
길을 걷다 보면 나타나는 거대한 눈사람, 얼음 조각, 러시아풍의 마을. 이곳은 겨울이면 빙설 대제전이 펼쳐지는 도시다. 아이들은 캐릭터 탈을 쓴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어른들도 미끄러운 얼음 위를 조심조심 걷는다.
“저게 진짜 눈으로 만든 거래요.”
눈은 하얼빈에선 장식이 아니다. 도시 그 자체다. 얼음 위를 걷는 모든 순간이 이색적이고 특별하다.
하얼빈 빙설축제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도시의 자존심처럼 느껴진다. 수십 미터 높이의 얼음궁전, 눈으로 깎아 만든 동화 속 캐릭터들, 야간에 켜지는 형형색색의 조명까지. 이 모든 것이 빙점 도시 하얼빈을 찬란하게 빛낸다. 얼음 조각 옆을 지나는 순간,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사라진다. 눈은 이곳에서 조각가의 재료가 되고, 아이들의 놀이가 되며, 여행자의 기억 속 풍경이 된다. **‘하얼빈 겨울 축제’**를 경험하려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가야 할 명소다.
🏠 러시아 마을, 시간 속을 걷다
시장 근처의 러시아풍 마을은 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듯하다. 오래된 건물, 독특한 간판, 꽃이 얼어붙은 카페 창가. 관광객은 여유롭게 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여행자는 그곳에서 작은 굿즈와 스티커를 둘러보며 “비주얼은 별로인데 정은 간다”라고 말한다.
하얼빈은 한때 러시아 제국의 영향을 받았던 도시다. 그 흔적은 거리 곳곳에 스며 있다.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 양철 간판, 장식된 창문틀까지. 이 러시아 마을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도착한 유럽의 변방처럼 느껴진다. 카페 안에서 흘러나오는 느린 재즈, 뜨거운 차 한 잔, 그리고 창밖의 눈꽃. 그 조화는 여행자에게 말없이 속삭인다. “이곳은 단지 보러 오는 곳이 아니라, 머물러야 하는 곳”이라고. **‘중국 속 러시아 여행’**이라는 낯선 조합의 정수가 바로 이곳에 있다.
🍜 음식으로 마무리하는 하루
하얼빈은 결국 먹는 도시다. 간장 삼겹살 볶음, 청경채 나물, 그리고 우육면. 마지막 식사는 시장에서 벗어나 식당에서 이뤄지지만, 그 감정은 시장의 연장선에 있다. 참기름 냄새, 불향, 두툼한 고기.
“감장이 엄청 잘 밴 삼겹살 느낌… 엄청 맛있네.”
이 한 끼가 여행의 끝을 완성한다.
차가운 도시일수록 음식의 온도는 배가된다. 하얼빈의 식당에서 마주한 간장 삼겹살은 짙은 갈색의 윤기와 함께, 뜨거운 철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마저 음악처럼 들린다. 한입 베어 물면 짭조름한 간장이 깊이 밴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지고, 청경채의 담백한 향이 뒤를 이어 혀를 정리해 준다. 이 조화가 주는 만족은 단순한 포만감을 넘어선다. 한 끼 식사에서 하루의 추위를 녹여내는 ‘하얼빈 먹방’의 진심이 여기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