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옛 기차를 타고, 낯선 도시로… 느림의 미학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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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서부, 리장에서 홀로 떠난 기차 여행은 일상에 찌든 영혼에게 쉼표 같은 여정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단순했습니다. 목적지보다 ‘여행하는 행위’ 자체를 즐기고 싶었기에, 일부러 느린 기차를 탔습니다. 무려 11시간 동안 900km를 달리는 구형 열차. 현대화된 중국과는 거리가 먼, 마치 비둘기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아날로그 감성의 여정이었죠. 기차를 타기 위해 도착한 ‘판지화’라는 소도시는 여전히 시골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숙소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많은 호텔이 외국인을 받지 않았고, 예약한 숙소가 갑자기 취소되는 해프닝도 있었죠. 가까스로 북킹닷컴을 통해 외국인 숙박이 가능한 곳을 찾아 들어갔을 때는 마치 신도시로 이사 온 친구의 집들이에 초대된 기분이었습니다.

중국 시골 풍경

🍜 중국의 맛과 사람, 그리고 소소한 따뜻함

혼자 남겨진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머리도 자르고, 빵도 사고, 지나가는 현지인과 농담도 주고받았습니다. 음식은 예상보다 훨씬 깔끔했고, 작은 빵집에서 만난 디저트는 1930년대 개발된 도시의 낡은 외피 속에서 예상치 못한 따뜻함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 5634번 기차, 시속 40km의 추억

다음날, 진짜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열차 5634번, 총 353km를 9시간 반 동안 달리는 이 구형 열차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중국의 시골 마을 풍경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화첩처럼 보여주었습니다. 승객은 많지 않았고, 기차 안에서는 담배 냄새가 조금 거슬렸지만 그것마저도 이 여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기차 안에서 만난 현지인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계획이 바뀌게 됩니다. 낯선 현지인들의 제안으로 다오청이라는 지역까지 동행하게 되었고, 이것이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이었죠.

다오청

🏔️ 해발 4,500m, 티베트 불교의 심장을 걷다

다오청은 해발 4,500m에 위치한 티베트 문화권의 고원 도시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고요한 호수, 야크의 무리, 하늘과 맞닿은 설산. 사람이 거의 없어 더욱 고요하고 신비로웠습니다. 관광객보다 경찰이 많을 정도로 조용했고, 티베트 불교 사원은 마치 시간의 경계에 걸친 성소처럼 느껴졌습니다.

이곳의 가옥들은 집인지 절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종교와 일상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따뜻한 온천은 고단한 몸과 마음을 말없이 감싸주었습니다.

🛫 여행의 끝, 그리고 다시 현실로

여행의 마지막,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공항 중 하나인 다오청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중국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계획보다 일찍 끝난 여행이지만, 오히려 더 많은 걸 보고 느낀 여정이었습니다. 감기가 계속되어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설 수 있었습니다.

✍️ 마무리하며: 중국 여행의 교훈

중국은 넓고 깊습니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그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고 싶다면 느린 기차를 타보세요. 번역기 없이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진심은 통합니다. 기차가 느리듯, 여행도 조금 느려도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중국어. 다음 중국 여행 전엔 꼭 배워야 할 교훈이자 약속이 되었습니다.

고원 도시 다오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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